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 바둑에 있어서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 시점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로봇보다도 자본주의를 두려워해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본주의를 두려워하라.. 그러고보니, 한두 해 전에 지인과 술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면서 그 성능은 일취월장하는 것에 덩달아,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발전과 여러 가지 과금 체계로 인해 소프트웨어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과 대기업이 자본을 투입하여 장비를 도입하고 전문가를 고용하여 구축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의 연산능력에는 언제나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윗(개인과 중소기업)과 골리앗(거대기업, 정부)의 싸움에서 다윗은 대부분 지게 되어있다. 법적인 다툼이 되었건, 금융 상품을 통한 투자가 되었건, 각종 지표를 활용한 경영 전략 수립이 되었건.
IT 업종의 종사자는 늘 누군가에게 고용되거나,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여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컴퓨터 시스템은 다윗이나 골리앗, 혹은 양쪽 모두가 이용한다. 내 경우에는 대기업이 아니면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값비싼 제품을 담당해왔으므로, 주로 골리앗을 위해 일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각광받는 빅데이터와 딥 러닝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되겠지만, 그 혜택이 다윗과 골리앗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게 될 지는 의문이다. 나는 기술의 발전이 점점 더 골리앗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든다.
어릴 때 본 어떤 영화에서, 야생마는 재갈을 물린 사람과 싸우려하기보다는 재갈과 싸우려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우리가 싸워야하는 대상은 로봇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국가가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