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3일 월요일

전업

7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지 석 달이 되어간다. 주업은 바뀌었지만, 가끔씩 일을 도와주러 고객사에 나가는 투 잡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뜻밖의 기회가 생겼는데, 이전의 업무와 관계가 깊은 외국계 회사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급여 수준이 높고, 일단 외국계 회사에 발을 들이면 비슷한 수준을 옮겨다니거나 해외 근무의 기회를 잡기가 쉬워지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업무상 외국인과 의사소통할 기회가 많아져서 뭔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뿌리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IT 업종에 대한 권태감과, 고객과의 소통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에 대한 기억이 투신을 망설이게 만든다. 과중한 업무에 매몰되어 버리지 않을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이력서를 보내서 관련이 있는 부서의 윗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고, 그 아랫사람과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4월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더니, 5월이나 6월부터로 미루어진 상태이다. 원래 외국계 회사가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인의 채용이 오랫동안 질질 끌다가 성사된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것 때문에 현재의 본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을 늘리지 못하게 되고, 거주지라든지 커리어에 대한 단기적인 계획은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건이 잘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잠시 쉬거나 줄여서 병행하다가 어느 정도 결과(성공이든 실패든)가 보이고 저축을 약간 한 후에 현 상태로 되돌릴 생각이다.

작년에 집필하던 리눅스 책은 반년 가량 손을 놓고 있고, 파이썬 커뮤니티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전업과 맞물려 내버려두고 있던 이런 일들도, 역시 또 한 번의 전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